Diary

한국에서 살며 느끼는 작은 순간들, 여행 중 하루의 감정, 생각 조각들. 거창하지 않은 일상의 기록입니다.

8개의 기록

서울의 겨울 냄새는 프랑스의 겨울보다 차갑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 묘한 청명함이 있다. 오늘 아침, 숨을 내쉬면 하얗게 피어오르는 입김을 보며 생각했다. 낯선 곳의 추위는 왜 이리 선명할까.

아침에 마신 아메리카노가 프랑스의 블랙커피를 떠올리게 했다. 한국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더 연하고 부드럽다. 처음엔 싱겁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이 부드러움이 좋아졌다. 적응이란 이런 것일지도.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만, 가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괜히 반갑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밤 한강을 걸었다.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혼자 낚시를 하는 아저씨. 각자의 방식으로 밤을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서울의 밤은 프랑스보다 친절하다.

한국인 친구가 된장찌개를 끓여줬다. 뜨거운 냄비가 테이블에 올라오는 순간, 구수한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어때?" 친구가 물었다. 대답 대신 두 그릇을 비웠다.

비가 오는 날 카페에서 글을 쓴다. 창밖의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프랑스에서도 비 오는 날 카페에 있는 걸 좋아했는데, 한국에서도 같은 습관이 이어진다. 어디에 있든 나는 나인 것 같다.

새벽 2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었다. 밝은 형광등 아래 혼자 앉아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낯선 도시의 편의점은 어딘가 외롭지만, 그 외로움이 싫지 않다.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은행나무를 본 적이 없다. 가로수로 이렇게 많이 심어진 것도 처음. 바닥에 떨어진 노란 잎들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좋다. 약간의 냄새는 참아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