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바다는 프랑스에서 본 어떤 색보다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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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바다는 프랑스에서 본 어떤 색보다 깊었다

해운대가 아닌 이기대의 절벽에서 만난 바다. 지중해와는 다른 깊이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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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해안에서 자란 나에게 바다는 익숙한 존재였다. 니스의 푸른 바다, 마르세유의 거친 파도, 그 모든 것들이 내 유년기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부산에서 만난 바다는 내가 알던 바다와는 달랐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두 시간 반.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바다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해운대로 향하는 대신, 나는 이기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지인 친구가 추천해준 곳이었다.

이기대 해안
이기대 해안 산책로에서 바라본 바다

절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걸었다. 한쪽에는 거칠게 깎인 바위, 다른 쪽에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그 사이를 걷는 기분은 마치 세상의 끝을 향해 가는 것 같았다.

바다는 어디서나 같은 바다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따라 매번 다른 바다가 된다.

지중해의 바다가 밝고 투명한 청록색이라면, 부산의 바다는 더 깊고 진한 남색이었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나는 바위 위에 앉아 한참 동안 그 색을 바라보았다.

오륙도를 바라보며

이기대의 끝자락에서 오륙도가 보였다. 다섯 개인지 여섯 개인지 조수에 따라 달라 보인다는 그 섬들. 먼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점들이 어찌나 고요해 보이던지.

부산 바다
저녁 무렵의 부산 바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바다의 색이 변했다. 남색에서 보라색으로, 다시 주황색으로. 프랑스에서 본 석양과는 또 다른 빛이었다. 더 부드럽고, 더 따뜻하고, 어쩐지 더 슬픈.

그날 저녁, 광안리에서 회를 먹으며 생각했다. 바다는 어디서나 같은 바다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따라 매번 다른 바다가 된다고. 부산의 바다는 나에게 새로운 깊이를 보여주었다.

다음에 부산에 온다면, 다시 이기대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색의 바다를 만나겠지. 그것이 여행의 묘미다. 같은 곳이어도 다른 순간, 다른 기억이 쌓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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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바다사랑2024년 10월 30일

지중해와 부산 바다 비교가 인상적이에요. 외국인 시선에서 본 한국의 바다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깊이 있게 표현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부산사람2024년 10월 29일

이기대를 알아주시다니 감사해요! 해운대만 유명하지만 이기대가 진짜 부산의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부산 사람으로서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