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가장 조용했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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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가장 조용했던 골목

시모키타자와의 오래된 골목에서 만난 오후의 빛. 그곳에 서 있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도쿄#일본#골목#카페#일상

도쿄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날, 나는 시모키타자와의 한 골목에 서 있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부야나 하라주쿠에서 전철로 불과 세 정거장 거리지만, 이곳의 공기는 전혀 달랐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빈티지 숍과 작은 카페들이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아 둔 채 조용히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었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그러나 분명히 다른 종류의 고요함이었다.

여행은 새로운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한 건물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골목 끝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서서 한참을 머물렀다.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고양이 한 마리가 햇볕 아래 웅크리고 있는 모습.

시모키타자와 골목
오후 3시의 시모키타자와. 빛이 가장 아름답게 드리우는 시간.

프랑스에서 자란 나에게 일본의 골목은 처음엔 낯설었다. 하지만 이 낯섦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아마도 이곳의 사람들이 공간을 대하는 방식 때문이 아닐까.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나는 그 골목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곳의 일부가 되어 숨을 쉬었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많은 것을 보고 찍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머물며 그곳의 공기를 마시는 것.

그 날 만난 카페

골목을 빠져나오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 문 앞에 놓인 나무 의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든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카운터에 앉아 계셨다.

메뉴판 없이 "커피 한 잔"이라고 말했더니,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셨다. 그 커피는 내가 도쿄에서 마신 어떤 커피보다 깊고 따뜻했다.

핸드드립 커피
말없이 건네받은 한 잔의 커피. 그것으로 충분했다.

할머니와 나는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다. 내 서툰 일본어로는 깊은 대화가 불가능했고, 할머니도 굳이 많은 말을 하려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그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화로웠다.

커피를 다 마시고 계산을 하려는데, 할머니가 작은 쿠키를 하나 건네주셨다. "마타 키테네(또 와요)"라는 말과 함께.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가게를 나섰다.

아마 다시 그 가게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오후의 기억, 골목의 빛과 커피의 향, 할머니의 미소는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여행에서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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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커피러버2024년 11월 18일

천천히 여행하는 방식이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이 글 읽고 다음 여행은 여유롭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쿄마니아2024년 11월 17일

할머니 카페 이야기가 너무 따뜻해요. 혹시 가게 이름이나 위치를 기억하시나요? 다음에 도쿄 가면 꼭 찾아가보고 싶어요!

여행좋아2024년 11월 16일

시모키타자와 정말 좋죠! 저도 작년에 갔었는데 그 골목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포누아님 글 읽으니까 다시 가고 싶네요.